용인특례시 기흥구 신갈동 주민자치센터 지하 신갈오거리 공유 주방 ‘오거리 부엌’에서 지난 20일 아주 특별한 파티가 열렸다.
용인특례시는 올해 말 출시를 앞둔 ‘용인 탁주’ 시음회를 겸해 공유 부엌의 활성화 방향을 논해보고자 용인 청년들을 대상으로 네트워킹 파티 ‘맛잇는 밤’을 열었다.
파티에 참여한 청년들은 19세~39세 사이의 용인시 청년들로 평소 SNS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거나, 도시 재생 사업에 관심이 많거나, 신갈오거리에 거주하는 이들로 구성했다.
시는 이들이 편하게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실명이 아닌 별명으로 참가하도록 했으며 관에서 하는 뻔한 행사라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용인 탁주 개발에 참여한 아토양조장이 주도적으로 행사를 이끌어가도록 했다.
저녁 7시가 되자 젊은 청년들이 하나둘 오거리 부엌으로 모였다. 부엌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에는 보기만 해도 예쁜 웰컴 드링크와 푸드가 준비됐고, 참석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별명을 새긴 컵 받침까지 준비한 정성도 돋보였다.
벽에는 파티 장식과 ‘맛잇는 밤’과 ‘용인 탁주’를 홍보하는 세련된 포스터들이 붙어있어 파티 분위기가 한층 살아났다.
‘맛잇는 밤’은 읽기에 따라 맛있는 밤으로도, 막걸리를 이어가는 밤으로도 맛을 이어가는 밤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리플릿 서체를 다소 모호하게 디자인한 것도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여지를 주기 위해서였다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처음엔 어색해했던 참가자들은 아토양조장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용인 탁주’와 함께 페어링할 파스타, 떡볶이 등의 음식을 함께 만들고, ‘용인 탁주’와 아토 양조장이 선보이는 전통주를 시음하며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용인 탁주는 신갈동 주민들과 아토양조장이 공유주방 오거리 부엌의 ‘막걸리 학교’를 통해 함께 개발했다. 보통 막걸리엔 아스파탐, 구연산 등의 인공감미료가 들어가는데 용인 탁주는 100% 용인 백옥쌀과 누룩, 효모만을 사용해 만든 이양주다. 이양주는 한번 발효한 막걸리를 다시 발효해 두 번 빚은 막걸리를 말한다.
시는 올해 말 ‘용인 탁주’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러 4가지 버전의 막걸리를 만들었는데 이들에게 각 제품을 시음하도록 하고 어떤 맛이 가장 괜찮은지 의견을 들었다.
아토양조장 관계자는 “용인 탁주는 술의 당산비(당도와 산도의 비율)와 맛의 균형에 집중했는데, 용인에 어울리는 시원하고 기분 좋은 산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들은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자 자연스럽게 서로 술에 대해 품평하고, 오거리 부엌에 대한 느낌과 앞으로 활용 방법에 대해서 거리낌 없이 이야기했다.
용인 탁주에 대해선 대부분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고 호불호 없이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좋은 의견이 많았다. 또 한 가지 버전이 아니라 산뜻한 맛과 깊은 맛 두 버전을 동시에 출시해도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규빈(별명, 36세)는 “전통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공간이 시에 있는지 몰랐다”며 “매번 파티룸이나 행사 장소를 찾는 게 어려웠는데 이런 공간을 대여한다면 퇴근 후 간단히 요리도 하고 전통주도 즐기면서 작당모의 하기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루(별명, 30세)는 “공유 주방이지만 벽면이 깔끔해 전시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역 작가들이 모여 간단한 요리와 전시를 즐길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해 보면 좋겠다”는 의견을 줬다.
고독한미식가(별명, 28세)는 “우선 신갈동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야구에 관심이 많아서 모임을 하고 있는데 이런 곳을 빌려 요리 대결도 하고 빔프로젝터를 설치해 경기가 있는 날에는 함께 모여 관람도 하면서 자주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는 ‘맛잇는 밤’ 파티를 오는 7월 4일 한 번 더 열 계획이다. 참가 신청은 오는 26일까지 받고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신갈오거리 도시재생 블로그에서 확인하면 된다.
파티 참가자들은 추후 ‘용인 탁주’ 홍보 서포터즈로 활동하게 된다.
시 관계자는 “이번 파티를 기획한 이유는 공유 주방인 오거리 부엌이 더 많은 이들에게 효용성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라며 “도시재생이 계속 이어지려면 재생 사업을 통해 만든 좋은 공간이 또 다른 쓰임으로 확장되고 더 많은 사람을 모이게끔 효용가치가 생겨나야 하는 만큼 오거리 부엌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더 많은 이들의 공유 주방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